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한지 방에서 한지 만드는 가업을 잇고 살던 기식이는 답답함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고향을 떠난다.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에 사기꾼을 만나 노잣돈을 다 잃어버린 후 보부상을 따라서 떠돌이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장돌뱅이 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한양에 다다랐을 무렵 남사당패의 신나는 놀이판을 보게 되고 이를 계기로 이번엔 보부상을 떠나 남사당 패거리를 따라나선다. 드디어 줄꾼이 된 기식이는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를 때마다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느끼지만 여전히 마음의 짐을 떨쳐내지는 못한다. 결국 한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향으로 발을 옮기고, 가는 길에 못된 군수를 만나 한지 만드는 일을 그만두게 될 위기를 겪지만 격쟁 끝에 정조의 도움으로 한지를 궁에 납품까지 하게 된다. 한 미장이로 돌아온 기식이는 후세에 길이 남을 지혜를 전달하는 그릇이 된다. 떠돌이 통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우리나라의 훌륭한 문화유산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