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정령이 있다면 아이들의 영혼만 훔쳐 갈 거야.
아이들의 영혼이 가장 맛있으니까.”
보라선 열차의 종착지, 스모그 가득한 빈민가
사라진 친구를 쫓는 아이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나서다
공부에는 영 소질이 없는 아홉 살 소년 자이는 텔레비전 드라마 〈경찰 순찰대〉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아이다. 자이가 사는 곳은 쓰레기장과 높다란 장벽을 사이에 두고 신도시와 마주 보는 빈민가로, 한 줄기 빛도 통과시키지 않는 스모그 낀 하늘 아래 자그마한 양철 지붕 집들이 마구 뒤섞여 있는 곳이다. 그 집들 가운데 하나가 자이와 가족들의 보금자리다. 부패한 경찰들이 불도저를 끌고 와 지저분한 마을을 통째로 밀어버리겠다고 매일같이 을러대는 탓에 늘 금방 이사할 수 있게 짐을 꾸려놓고 살아야 하는 등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자이와 친구들에게 그곳은 친숙한 삶의 터전이자 떠난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마음의 고향이다. 마을 근처엔 힌두인과 무슬림들, 그리고 개들과 인력거로 북적이고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노점들로 빼곡한 재래시장인 ‘유령시장’도 있다. 자이는 자기 집 문간에서 뿌연 스모그와 시장에서 풍겨오는 냄새 너머로 신도시의 화려한 고층 건물들이 발하는 불빛을 볼 수 있지만, 보라선 전철의 최종착지인 빈민가의 소년에게 부자들의 도시는 아득히 멀리만 떨어져 있는 별세계일 뿐이다.
어느 날, 빈민가 아이들이 연달아 실종되기 시작한다. 자이는 드라마에서 배운 수사 기법과 아직은 증명된 적 없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로 마음먹는다. 곧바로 가장 친한 두 친구 파리와 파이즈를 조사원으로 고용해 탐정단을 출범한 자이. 자이는 학교에서 항상 성적 상위권을 차지하는 독설가 친구 파리나, 차별받는 무슬림이라는 점 때문에 약간의 피해 의식을 지니고 있지만 누구보다 따듯한 마음씨를 지닌 파리즈보다, 실은 자신이 더 똑똑하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졌다. 그래서 친구들을 ‘반강제로’ 조사원으로 삼는다. 누가 탐정을 할 것이고 누가 조사원을 할 것이냐를 놓고 잠시 다툼이 일기도 하지만, 친구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새 자이와 파리는 ‘홈스와 왓슨’ 역할을 각각 맡고 있고 파이즈도 파트타임 조사원으로서 두 사람을 돕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탐정단 ‘보라선 정령 순찰대’는 사라진 아이들의 행적을 쫓아 탐문하러 주변 사람들을 두루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중에는 보라선 전철을 타고 가야만 하는 곳도 있다.
빈민가의 아이들이 타기에는 값비싼 보라선 전철 푯값을 얻기 위해 엄마의 저금통에서 돈을 슬쩍할 정도로 탐정단의 수사는 매우 의욕적이다. 그 덕분에 자이는 엄마의 저금통에 돈을 채워 넣고자 시장의 찻집에서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일하기 싫어하는 자이의 속마음과는 별개로 찻집 종업원이라는 신분은 유령시장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그렇게 ‘잠입 수사’를 시작한 탐정단 아이들은 유령시장과 빈민가의 일상으로 파고들어 열정적인 수사 활극을 펼친다.
그러나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분투에도 사건의 실마리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빈민가의 아이들은 계속해서 실종된다. 마을 사람들은 혹여 자기 자녀들이 납치될까 봐 마음 졸이며 아이들을 단속하고, 이 일련의 실종 사건 배후에 무슬림들이 있다는 음모론마저 퍼진다. 그리고 위험은 마침내 자이의 주변에까지 검은 손길을 뻗친다.
[참고 : 교보문고]